오래된 지혜를 몸에 익히는 일 ( 83기 진 형 * )
오래된 지혜를 몸에 익히는 일 ( 83기 진 형 * )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염려하면서도 안간힘 쓰며 운동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격한 운동들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숨이 찼다. 그러다 인연이 닿아 오금희 수련장을 드나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석 달만 다녀 보자 했는데 순식간에 일 년이 지나갔다.
뜻밖에 배우는 즐거움이 컸다. 수련할 때 몸을 천천히 움직인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 동작 한 동작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팔다리에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오금희는 중국 한나라 말기의 의학자 화타 선생이 완성한 수련법이다. 한나라 이전부터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한 양생 수련법들이 성행했고, 화타 선생이 이를 두루 연구하여 동작을 정리해 냈다고 한다.
이름에 드러나 있듯이, 오금희는 다섯 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삼는다. 우리는 사슴처럼 서서 멀리 보고, 곰처럼 몸을 구부리고, 원숭이처럼 과일을 바치고, 새처럼 양 날개를 펼친 뒤 호랑이처럼 어깨와 등을 푼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근육을 북돋우며 뼈를 가지런히 한다.
오래전 선조들은 여러 동물의 습성을 경이롭게 살피면서 신체 단련의 길을 찾은 듯하다. 인간의 취약함을 겸허히 인정하고, 자연 속 비인간 존재들에 기대어 힘을 키우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때로부터 아주 멀리 와 버렸지만, 다행히 오금희 안에는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 조화롭던 시절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 오래된 지혜를 머리가 아닌 몸에 익히는 일이 가끔 뿌듯했다.
또한 수련장은 배움의 질문들로 늘 활기찼다. 일방적인 가르침을 경계하신 사부님 덕분이었다. 우리는 사부님의 몸짓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스스로 질문을 품었고, 비로소 내 것으로 온전히 배울 수 있었다. 배우는 이들의 속도에 맞춰 침묵하고 기다리는 일에는 큰 인내심이 필요한 법이다. 긴 시간 노고를 마다치 않으신 사부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릴 따름이다.
얼마 전 친구와 제주 붉은오름에 올랐다. 사람은 없고 까마귀만 두어 마리 날아다니길래 친구를 잠시 앉혀 두고 예비공을 몇 번 했다. 고요한 숲에 사슴처럼 서서 멀리 보는데, 문득 좋은 삶이구나 싶었다. 금방 사라질 순간이지만 헛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수료를 앞두고 있다. 겨우 동작을 익혔을 뿐, 오금희의 깊이를 다 헤아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애써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담담히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화타 선생의 뜻에 가닿는 날 오지 않을까.
함께 정진했던 동기 여러분의 건강과 무탈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