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타 오금희 중급반을 마치며
2004년 한 해가 서쪽을 검붉게 물들일 즈음,
14기 박 영선이가 뭔가를 마쳤다고 감히 수련기를 씁니다.
미숙함을 탓하시고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2004년은 가족 회사 등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무게로 나를 짓누르며 시작되었다. 오금희를 하고 있는 가족들은 오금희를 하며 여유를 가져볼 것을 권하였다. 지금 하는 일들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오금희까지 더하나 하는 마음이었다가, 뭔가 안 풀릴 땐, 토요일 짧은 시간이라도 도망가보는 것도 상수가 될 수도 있다 싶어 36계를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하다 힘들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한 오금희를, 지금 중급반을 마치려 수련기를 쓴다.
처음에 수련장에 나가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곳 분위기였다. 특히, 지켜야 할 특별한 규율 없이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하면 거스름이 없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어느 누구도 튀는 사람 없이, 바다를 향하여 소리 없이 흐르는 큰 강물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또한, 여러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주제로 모여 집중하는 모습은 1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며 비슷한 관심의 사람끼리 모여 한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던 나에게는 신선한 바람과도 같았고, 특히 수련 후 동기들과 함께 한잔하며 내가 잊고 지냈고 관심도 없었던 다른 삶들을 볼 기회가 되어 더욱 좋았다. 그러다 보니 오금희를 하는 토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하였다.
사실 바쁜 스케줄로 꽉 차있는 내 직업측면에서 보면, 오금희에 발을 디딘 것은 큰 잘못이었다. 잦은 해외 출장, 외국인 접대 등으로 그간 많은 토요일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여지지 않았었다. 그랬던 나에게 오금희는 그 토요일 밤을 나 자신을 위한 휴식도 아닌 오금희를 수련하는데 쓰도록 강요하였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또한 오금희는 정확하고 빠른 것만이 가치로 생각해야 함을 강요 당했던 그간의 나에게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제까지 거의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감히 실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토요일에 만나서 술 한잔 하자는 친구들의 요청에 대한 No로 시작되어, 토요일 오후를 낀 경조사들은 온 갓 핑계(주로 출장핑계)로 No를 하였고, 주말에 와 달라 또는 주말을 걸쳐 체류해 달라는 외국 고객들의 요청도 이런 저런 핑계로 최대한 No를 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친해서 절대 내가 함께 해주어야 되는 외국친구가 2-3일 짧게 한국에 왔는데도 나에게 너무도 중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토요일 밤만은 내주지 않았다. 어릴 적 처음 연애할 때보다 더 심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몇몇 동기들은 지방에서 매주 올라와야 한다고 들었다. 매월 보통 한번은 해외 출장을 가는 나는 많은 날들을 토요일 오금희 수업을 위하여 아시아, 미국, 중동,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금요일 또는 토요일 오전에 맞추어 날아왔다. 어떤 날은 10시간 이상의 야간 비행기로 아침에 공항에 도착, 회사로 바로 가서 긴급사항 조처, 집에 짐 던져 놓고, 바로 수련장으로 비몽사몽 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고 그것이 좋았다. 아마 늦바람 난 사람이 이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오금희를 게으르게라도 계속해서 하다 보니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냄새 나는 애기이긴 하지만 제일 먼저 꼽고 싶은 것은, 사회 생활 중 나를 가장 당황(또는 황당)하게 만들곤 했던 방귀쟁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생리작용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너무 잦아서 한약도 먹어보았지만 차도가 별로 없었다. 그랬던 방귀가 오금희를 하고부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만 나온다. 이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어느 근육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체중도 줄었다. 약 3-4Kg정도 줄었는데 허리띠 구멍 두 개(2인치)가 줄었다. 결론적으로 거의 뱃살만 줄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가 싶다. 검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그것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내장지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년 정규 건강검진 시 항상 께름했던 간 수치가 급격 호전되었다 (결과보고서에 나오는 정상치: AST(SGOT)/40 이하, ALT(SGPT)/35 이하, 감마GTP/11-63 : 지난 약 5년간 비슷하게 나왔던 2003년 검진수치, 순서대로/34,58,62 : 2004년 6월 검진/21,27,32).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어쨌든 한계를 넘거나 그에 가까우면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많이 정상치로 돌아온 것 같은데 내년 검진 결과가 기대된다.
방귀보다 좀 더 쑥스러운 증상이 있었다. 여행을 많이 하며 얻은 병이다. 여행하며 소변을 제때 볼 수 없어 오랜 시간 참는 일이 많아 소변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소변이 잦고 또 참기 힘든 증상이 생겼었다. 양방에서는 증상은 알겠으나 아무런 병증이 없다고 하고, 한방에서는 이 증상과 같은 작용이라며 정력제를 처방 해주었다. 비뇨기의 다른 능력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애매한 정력제를 처방 해주어 몇 첩을 먹어보았지만 별달리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끝내 정신적 증상인 것 같다고 스스로 치료하라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그런데 오금희를 시작한지 3 개월 정도부터인가 발뒤꿈치가 너무 아파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왜 아픈지를 알 수가 없었다. 2년째 아침마다 하고 있는 검도 동작이 잘못 된 것이라고 의심하고 관장께 여쭤보았지만, 뒤꿈치가 특히 양 발이 함께 아픈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였다. 거의 통증이 끝나갈 즈음, 나는 그곳이 생식선의 대응점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지금은 뒤꿈치 통증도 없어지고, 소변 조절도 많이 호전되었다. 그간 비싼 한약 정력제 먹느라 돈 많이 들었는데…
그리고 하나 더. 어릴 적 합기도를 하며 오른쪽 좌골을 다쳤다. 겨울철이면 오른쪽 다리의 골반 관절부터 무릎 관절이 쑤시는 것이 어르신들과 비슷하였다. 구들만 있으면 염치 불구하고 기어들어간다. 어떤 땐 통증으로 운전이 힘들 때도 있었다. 오금희를 하며 좀 좋아진 듯 했는데, 올 여름에 다리 찢는 장난을 하다가 그곳이 자극을 받아 허리를 굽히면 손이 무릎 밑까지 밖에 내릴 수 없었다. 당연히 무릎 밑 안마는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농구를 하다가 다시 한번, 인라인 스케이트 타다가 한번 더. 최악이었다.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신기하다. 지금이 최악의 겨울인데 오른쪽 다리가 여전히 구들을 그리워하기는 하나, 적어도 예전처럼 참기 힘든 통증은 없다. 검도가 특히 오른쪽 다리에 좋지 않은 것은 아나, 재미있으니까 계속하기로 하고, 오금희도 하고 침도 맞으며 고쳐보려 한다. 너무 과욕인가..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내 몸이 건전한 방향으로 건강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내 몸의 외관은 오금희를 하지 전에도 단단하다는 평이었다. 체력도 보통 한 달에 한번 이상의 해외 출장을 다녀도 지난 4-5년간 몸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적어도 외관이나 체력으로만 보면 거의 상급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매년 비슷하게 나오는 비 이상적 간 수치, 최근 몇 년사이 나왔다 사라졌던 비정상적 콜레스테롤, 혈압(어머니도 고혈압이 있음), 나이답지 않다는 혈당치 등,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상당히 있었다.
이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과체중,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3-4번의 땀 흠뻑 운동을 꾸준히 하였다. 하지만 온몸을 목욕을 시킬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간단히 배신해 버리는 체중계와, 양치할 때 볼록한 아랫배를 그냥 통과하지 못하는 치약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애기하면 내가 무슨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같지만, 겉은 단단해 보이고, 병원에 가면 아무런 병증도은 없다. 단지 과로나 스트레스만 애기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해외 출장과 실적 목표에 따른 과다한 업무는 이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피할 수 없었고, 특히 수많은 다른 인종을 접해야만 하는 이 직업은 나는 즐겁게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쌓았나 보다.
추측컨데,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일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오금희는 그런 나에게 ‘무늬만 건강이 아닌, 속도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금희에 대한 학술적 해부를 많은 선배님들이 하셨다. 의학, 기공 또는 철학 등의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는 그런 해석을 할 능력은 안되고, 오금희의 이용자(End User) 입장에서, 특히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나처럼 저 죽는지 모르고 바삐만 살고 있는 가장 평범한 보통 직장인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해본 운동들과 비교해보고, 내가 스스로 느낀 점 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주워들은 말들 중 내가 공감하는 점을 정리한다. 1년도 못해본 초심자가 이런 분석을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나름대로 열거해 본다.
첫째, 오금희는 지속성이 있다. 오금희는 혼자 하는 운동 중 지속성이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해본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들(헬스, 수영 등)과 오금희를 비교해보면, 헬스는 10분이 지나면 지루해지기 시작해서, 내가 지금 이 운동을 마쳐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한쪽 마음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다른 쪽 마음이 운동을 마칠 때까지 갈등한다. 아니면 그 갈등을 잊기 위해 딴 생각이나 다른 곳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다음에 하려 할 때는 무의식 중에 그 갈등과 그를 인내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싫어 시작하기를 두려워한다. 큰맘 먹고 시작하더라도 나는 어찌 그리도 중간에 마쳐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를 잘도 찾아내는지 원. 적어도 인내심이 약한 내 경우에는 그랬다. 수영도 마찬가지로 계속 왔다 갔다만 하는데 1-20분이면 지루해지고 또 갈등한다. 수영장에 쭉쭉빵빵이 안 보일 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오금희는 우선 시작만 하면 약40분을 인내심이라는 덕목의 스트레스 없이 땀내며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순간 순간 다른 동작들이 하는 사람의 관심을 새롭게 이끌어 내어 지루하지 않고 다음에 무슨 동작을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 없다. 시동만 걸면 아무런 고민 없이 쭉 40분을 좋은 경치를 끼고 여행하는 느낌으로 할 수 있다. 아침에 하다가 회사를 지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중도에 마치기가 무척이나 힘든 운동이다.
나는 뭘 하든지 지루하면 딱 질색이다.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오금희는 운동의 평등 배분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오금희처럼 몸의 구석 구석까지 모든 부위를 공평하게 자극을 시키는 운동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헬스, 보디빌딩은 몸의 폼(?)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운동을 시킨다. 그래도 괜찮은 것 하나 런닝마쉰이 있기는 하나, 극도의 빈익빈 부익부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검도는 오른발만 죽도록 고생시킨다. 또 두 손은 죽도를 잡고 있어야 하므로 앞으로 수갑을 채운 모양으로 묶인채 운동을 한다. 어깨 한번 뒤로 젖혀 볼 기회가 없다. 정말로 몸의 균형적인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그래도 무척 재미있다. 상당히 균형적인 운동이라면 수영이 있기는 하나 오금희처럼 전체적이지는 못하다. 반면에 오금희는 몸의 전 부위, 전후 좌우 상하 더 나아가 몸 속까지 공평하게 운동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영원한 운동의 미 혜택 부위로 남아있는 혀, 입 속, 이빨까지 운동을 시킨다. 참말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적은 사회주의식 평등 분배 복지원칙이 철저히 적용된 운동이 아닌가 싶다.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사는 화전민까지도 철저히 찾아내어 복지 혜택을 주려는 것 같다. 중국 역사의 요순 시절이 이러했을까 싶다.
셋째, 오금희는 편리하다. 오금희는 장비, 시간 및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수영의 필요 조건은 따뜻한 날씨 또는 실내수영장, 수영빤스, 물안경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되어 주어야 할 수 있고, 헬스 같은 운동은 운동기구, 운동복, 운동화가 필요하다. 합기도는 상대나 적어도 샌드백이 있어야 재미있고, 검도는 죽도와 상대나 적어도 때릴 타격대라도 있어야 재미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하나도 필요 없는 것이 오금희이다. 특히 나처럼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에게는 챙겨야 할 물건 하나 줄이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인지 모른다. 여행시 호텔방에서 복장에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에게는 이점이 참으로 좋다.
넷째, 오금희는 안전하게 잠을 깨우는 각성제효과가 있다. 아침에 잠에서 덜 깬 채 눈을 거의 감은 채로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오금희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어떤 운동도 이 상태에서 시작하면 다치기 쉽상이라 생각한다. 눈을 거의 뜨지 못한 채로 침대에서 구르듯 내려와 예비공 서너 번만 하면 하품 하~~아, 눈물 쭈~욱, 방귀 뿌~우~웅(나는 배출공기 양이 많아서 소리가 길다) 몇 번하고 나면 잠이 깨며 눈이 떠진다. 내가 보장한다. 비몽사몽을 벗어나는데 5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고. 시차가 많은 나라에서 약속시간에 맞춰 일어나 잠을 깨는데 이처럼 좋은 것이 없는 듯 하다.
다섯째, 오금희는 에너지 소진식이 아닌 충전식 운동이다. 구기, 수영, 무술 등을 한참 신나게 하고 조금 지나면 몸이 노곤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오며 낮잠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오금희를 하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정신이 더욱 맑아져 하던 일을 더 할 수 있고, 나아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니 에너지 충전식 운동이라 하고 말하고 싶다.
이외에 더 많은 좋은 점들이 있겠으나, 이만한 좋은 점들만 있다고 하더라도 억지로라도 배운 오금희를 잘 배운 것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단점 또는 부작용(?)도 몇 가지 있다. 여담이긴 하나 다른 운동과 비교해서 많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오금희는 중독성이 있다. 마약이다. 시작해서 몇 번 몸이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음엔 절대 멈추지 못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한번 해 보고, 해서는 몹쓸 운동이라고 생각되면 되도록 빨리 끊어라. 중독되면 중도에 끊기는 아마 마약보다 힘들 것 같다. 한 선배님은 익산에서 매주 올라오신단다. 내 감히 판단하건데, 이 분은 이젠 보통사람(?)으로 살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오금희 중독상태가 중증으로 판단된다.
오금희는 전염성이 있다. 오금희를 시작해서 덕을 좀 본 사람들은 그 좋은 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침 튀기며 말하기 시작한다. 당신도 오금희 빨리 시작하라고 안달을 한다. 조심해라.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번잡한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하며 당신에게 접근하는 분들이나, 전철 안에서 ‘**천당 **지옥’을 크게 외치며 끝에서 끝까지 도보광고 하시는 분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오금희道’가 새로 생긴 종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오금희는 멀쩡했던 사람을 뻔뻔스러운 사람으로 만든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시간만 있으면 공간만 있으면 오금희 동작을 한다. 공원이든 전철이든 남들이 보던 말던 자기 몸 푸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안중무인이 된다. 혹자는 사우나에서 빨게 벗고도 한다고 하더라. 광인이라 오해 받기 딱 좋다.
다들 너무 좋아서 하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주절 주절 몇 가지를 써 보았지만, 내가 해본 오금희를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오금희는 우선 재미있고, 몸을 전체적으로 균형적으로 건강하게 해주며, 하는데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고, 장비가 전혀 필요치 않는 정말 괜찮은 운동이다’ 라는 것이다.
효과는 토장국에 밥과 같이 생활 에너지와 건강을 주고, 편리하기로는 입안의 상쾌함을 위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꺼내 먹을 수 있는 껌이나 민트 같은 성격의 운동이다.
오금희를 대학 은사님께 소개 시켜 드렸다. 선생님은 수련기를 거의 다 읽어 보셨다는데, 선생님께서 원하시던 분위기와 운동 같다고 말씀하시며 곧 시작하셔야 되겠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수련기에 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시며, 화타가 술로 마취를 시키고 외과치료를 하신 분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화타도 술을 좋아했을 것이란다. 그래서 아마 오금희를 하는 사람과 술은 끊을 수 없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신단다. 내 혀는 점점 독주에 더 매력을 느낀다. 중국 백주, 러시아 및 북유럽의 보드카, 독일 쉬냅스, 멕시코 데낄라, 이태리 그라파, 터어키 라키, 그리스 우조 등등 모두 40도를 넘는 내가 참말로 사랑하는 술 들이다. 와인, 꼬냑 등 멋스러운 술들은 왠지 내 혀를 자극하지 못한다. 내 혀는 내가 귀족스럽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 선배님은 오금희의 동작을 서예와 비유하시며, ‘멈추는 것은 가려는 뜻을 지니고 있고, 가는 것은 멈추려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서법과 일맥 상통해서 오금희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우 와! 멋있는 표현이다. 나는 10대에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서예에 푹 빠져 살았었다. 그런데 내 머리는 그 기나긴 세월의 관심을 그것에 집중했으면서도 그런 멋진 수사하나 표현하지 못하나. 나의 무능을 자책한다. 그런 멋스러움이 참 부럽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내 몸의 부분 부분에 붓글씨라는 예술의 감각이 녹아있다는 것을. 오금희도 내 방식대로 몸에 물리적 접착식 붙임이 아닌, 세포 하나 하나에 융화작용을 일으켜 녹여 스며들게 할 것이다. 단지 다른 점이 조금 있다면 붓글씨 등이 몸의 부분 부분에 녹아져 있다면, 오금희는 온몸 구석 구석 전체에 스며들 것 같다. 새빨간 토마토처럼. 오금희로 물들면 무슨 색깔이 나올지 모르겠다.
오금희를 하며 인종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과 정신 수양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르단 페트라를 여행하며 만난 이란인 요기와의 긴 이야기, 인도의 힌두교와 젠 신자들과의 이야기 등 많은 사람들과 오금희를 소재로 행위명상에 대해 재미난 애기를 했다. 약학박사인 이란의 절친한 한 고객이 요즘 중국의 역경과 태극권 등에 심취해 있다고 해서, 오금희를 소개해 주니 자신이 찾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 하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도장에 꼭 와 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오금희를 배우며 개인적으로 학습법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무엇인가를 배움(운동, 언어, 예술 등)에 있어서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현재의 그 수준으로, 되는 대로 계속 반복해서 내 몸 속의 세포 하나 하나가 실행을 통해서 습득, 아니 습관이 되도록 하고, 틀린 점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때 그때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어떤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이 점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좋으나, 완벽 하지 못함을 자책하며 내 스스로 쌓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오래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나처럼 인내심이 약한 사람은 특히 그렇다. 언어도 그렇다. 말하기를 주저하면 절대 못 배운다. 틀린 말도 우선 입을 통해서 내뱉으면 내 스스로 고치기도 하고 남들이 고쳐주기도 한다.
오금희 배울 때도 틀린 동작을 자만(?)하며 자랑스럽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동기가 선배님들이 다들 한마디씩들 거드신다. 안 거들면 거들라고 강요도 해 본다. 그렇게 하며 많이 배웠다.
배움의 단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어떤 것이든 높은 단계에 올라본 사람은 다른 것도 빨리 오르는 법을 안다. 나는 현재의 직업 외에 붓글씨를 제일 오랜 시간 배워본 것 같다. 붓을 잡는 법을 배우고, 똑바로 세워 베껴 쓰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붓 털 올들의 꼬임 상태와 종이와의 접촉상황을 느끼고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 정도의 단계까지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단계를 지나 藝로 道로 승화시키지는 못하고, 術을 짓다가 그만 두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직업은 그 단계보다는 조금은 윗 단계인 것 같다. 오금희는 이제 붓을 잡고 그리는 방법(아직은 쓴다고 볼 수 없다.)을 배운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멀고도 먼 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머나먼 보이지도 않는 끝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미 온 길을 자족하며 현재를 기뻐하며 나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 첫발부터 만족이고, 하고 있는 현재는 항상 즐겁다. 그렇게 하면 모든 순간 순간이 만족으로 채워진다. 난 단순해서 무슨 일을 해도 스트레스 받으며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그래서 그것이 자만의 형태일지라도 만족으로 채우며 나아간다.
여러 측면에서 오금희는 나에게 때론 보약으로, 때론 한잔의 차로, 민트로, 생활 속의 마실 물로서 작용하여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 참, 하나 더, 피곤할 때 노곤하게 편안함을 주는 한잔의 술로도.
끝으로, 오금희를 통해 만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특히,14기 우화등선 팀, 함께 살아갈 동지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많이 기쁩니다. 우리 모두 함께 미래를 건강한 미래로 걸어갑시다.
생각나는 대로 궁시렁 거리듯 쓰다 보니 글이 참말로 길어져 버렸습니다. 요약하는 법도 좀 배워야겠습니다. 화타조사께서 수많은 도인술을 오금희로 집약시킨 것처럼.
오금희를 하면서 베푼 것은 없고, 많이 배우고 많이 받기만 한 것 같습니다. 빚을 졌습니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2004년 한 해가 서쪽을 검붉게 물들일 즈음,
14기 박 영선이가 뭔가를 마쳤다고 감히 수련기를 씁니다.
미숙함을 탓하시고 많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2004년은 가족 회사 등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내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무게로 나를 짓누르며 시작되었다. 오금희를 하고 있는 가족들은 오금희를 하며 여유를 가져볼 것을 권하였다. 지금 하는 일들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오금희까지 더하나 하는 마음이었다가, 뭔가 안 풀릴 땐, 토요일 짧은 시간이라도 도망가보는 것도 상수가 될 수도 있다 싶어 36계를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하다 힘들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다.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한 오금희를, 지금 중급반을 마치려 수련기를 쓴다.
처음에 수련장에 나가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곳 분위기였다. 특히, 지켜야 할 특별한 규율 없이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하면 거스름이 없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어느 누구도 튀는 사람 없이, 바다를 향하여 소리 없이 흐르는 큰 강물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또한, 여러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주제로 모여 집중하는 모습은 1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며 비슷한 관심의 사람끼리 모여 한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던 나에게는 신선한 바람과도 같았고, 특히 수련 후 동기들과 함께 한잔하며 내가 잊고 지냈고 관심도 없었던 다른 삶들을 볼 기회가 되어 더욱 좋았다. 그러다 보니 오금희를 하는 토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하였다.
사실 바쁜 스케줄로 꽉 차있는 내 직업측면에서 보면, 오금희에 발을 디딘 것은 큰 잘못이었다. 잦은 해외 출장, 외국인 접대 등으로 그간 많은 토요일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여지지 않았었다. 그랬던 나에게 오금희는 그 토요일 밤을 나 자신을 위한 휴식도 아닌 오금희를 수련하는데 쓰도록 강요하였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또한 오금희는 정확하고 빠른 것만이 가치로 생각해야 함을 강요 당했던 그간의 나에게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제까지 거의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감히 실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토요일에 만나서 술 한잔 하자는 친구들의 요청에 대한 No로 시작되어, 토요일 오후를 낀 경조사들은 온 갓 핑계(주로 출장핑계)로 No를 하였고, 주말에 와 달라 또는 주말을 걸쳐 체류해 달라는 외국 고객들의 요청도 이런 저런 핑계로 최대한 No를 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도 친해서 절대 내가 함께 해주어야 되는 외국친구가 2-3일 짧게 한국에 왔는데도 나에게 너무도 중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토요일 밤만은 내주지 않았다. 어릴 적 처음 연애할 때보다 더 심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몇몇 동기들은 지방에서 매주 올라와야 한다고 들었다. 매월 보통 한번은 해외 출장을 가는 나는 많은 날들을 토요일 오금희 수업을 위하여 아시아, 미국, 중동,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금요일 또는 토요일 오전에 맞추어 날아왔다. 어떤 날은 10시간 이상의 야간 비행기로 아침에 공항에 도착, 회사로 바로 가서 긴급사항 조처, 집에 짐 던져 놓고, 바로 수련장으로 비몽사몽 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고 그것이 좋았다. 아마 늦바람 난 사람이 이런 감정이 아닐까 싶다.
오금희를 게으르게라도 계속해서 하다 보니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냄새 나는 애기이긴 하지만 제일 먼저 꼽고 싶은 것은, 사회 생활 중 나를 가장 당황(또는 황당)하게 만들곤 했던 방귀쟁이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생리작용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너무 잦아서 한약도 먹어보았지만 차도가 별로 없었다. 그랬던 방귀가 오금희를 하고부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만 나온다. 이젠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어느 근육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체중도 줄었다. 약 3-4Kg정도 줄었는데 허리띠 구멍 두 개(2인치)가 줄었다. 결론적으로 거의 뱃살만 줄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가 싶다. 검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그것이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내장지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년 정규 건강검진 시 항상 께름했던 간 수치가 급격 호전되었다 (결과보고서에 나오는 정상치: AST(SGOT)/40 이하, ALT(SGPT)/35 이하, 감마GTP/11-63 : 지난 약 5년간 비슷하게 나왔던 2003년 검진수치, 순서대로/34,58,62 : 2004년 6월 검진/21,27,32).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어쨌든 한계를 넘거나 그에 가까우면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많이 정상치로 돌아온 것 같은데 내년 검진 결과가 기대된다.
방귀보다 좀 더 쑥스러운 증상이 있었다. 여행을 많이 하며 얻은 병이다. 여행하며 소변을 제때 볼 수 없어 오랜 시간 참는 일이 많아 소변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언제부터인가 소변이 잦고 또 참기 힘든 증상이 생겼었다. 양방에서는 증상은 알겠으나 아무런 병증이 없다고 하고, 한방에서는 이 증상과 같은 작용이라며 정력제를 처방 해주었다. 비뇨기의 다른 능력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애매한 정력제를 처방 해주어 몇 첩을 먹어보았지만 별달리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끝내 정신적 증상인 것 같다고 스스로 치료하라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그런데 오금희를 시작한지 3 개월 정도부터인가 발뒤꿈치가 너무 아파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왜 아픈지를 알 수가 없었다. 2년째 아침마다 하고 있는 검도 동작이 잘못 된 것이라고 의심하고 관장께 여쭤보았지만, 뒤꿈치가 특히 양 발이 함께 아픈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였다. 거의 통증이 끝나갈 즈음, 나는 그곳이 생식선의 대응점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지금은 뒤꿈치 통증도 없어지고, 소변 조절도 많이 호전되었다. 그간 비싼 한약 정력제 먹느라 돈 많이 들었는데…
그리고 하나 더. 어릴 적 합기도를 하며 오른쪽 좌골을 다쳤다. 겨울철이면 오른쪽 다리의 골반 관절부터 무릎 관절이 쑤시는 것이 어르신들과 비슷하였다. 구들만 있으면 염치 불구하고 기어들어간다. 어떤 땐 통증으로 운전이 힘들 때도 있었다. 오금희를 하며 좀 좋아진 듯 했는데, 올 여름에 다리 찢는 장난을 하다가 그곳이 자극을 받아 허리를 굽히면 손이 무릎 밑까지 밖에 내릴 수 없었다. 당연히 무릎 밑 안마는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농구를 하다가 다시 한번, 인라인 스케이트 타다가 한번 더. 최악이었다. 겨울을 맞이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런데 신기하다. 지금이 최악의 겨울인데 오른쪽 다리가 여전히 구들을 그리워하기는 하나, 적어도 예전처럼 참기 힘든 통증은 없다. 검도가 특히 오른쪽 다리에 좋지 않은 것은 아나, 재미있으니까 계속하기로 하고, 오금희도 하고 침도 맞으며 고쳐보려 한다. 너무 과욕인가..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내 몸이 건전한 방향으로 건강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내 몸의 외관은 오금희를 하지 전에도 단단하다는 평이었다. 체력도 보통 한 달에 한번 이상의 해외 출장을 다녀도 지난 4-5년간 몸살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였다. 적어도 외관이나 체력으로만 보면 거의 상급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매년 비슷하게 나오는 비 이상적 간 수치, 최근 몇 년사이 나왔다 사라졌던 비정상적 콜레스테롤, 혈압(어머니도 고혈압이 있음), 나이답지 않다는 혈당치 등,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상당히 있었다.
이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는 과체중,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 3-4번의 땀 흠뻑 운동을 꾸준히 하였다. 하지만 온몸을 목욕을 시킬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간단히 배신해 버리는 체중계와, 양치할 때 볼록한 아랫배를 그냥 통과하지 못하는 치약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애기하면 내가 무슨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같지만, 겉은 단단해 보이고, 병원에 가면 아무런 병증도은 없다. 단지 과로나 스트레스만 애기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해외 출장과 실적 목표에 따른 과다한 업무는 이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피할 수 없었고, 특히 수많은 다른 인종을 접해야만 하는 이 직업은 나는 즐겁게 했는데도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쌓았나 보다.
추측컨데,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일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오금희는 그런 나에게 ‘무늬만 건강이 아닌, 속도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금희에 대한 학술적 해부를 많은 선배님들이 하셨다. 의학, 기공 또는 철학 등의 지식이 거의 전무한 나는 그런 해석을 할 능력은 안되고, 오금희의 이용자(End User) 입장에서, 특히 대한민국에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나처럼 저 죽는지 모르고 바삐만 살고 있는 가장 평범한 보통 직장인의 관점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선 내가 해본 운동들과 비교해보고, 내가 스스로 느낀 점 또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주워들은 말들 중 내가 공감하는 점을 정리한다. 1년도 못해본 초심자가 이런 분석을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나름대로 열거해 본다.
첫째, 오금희는 지속성이 있다. 오금희는 혼자 하는 운동 중 지속성이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해본 혼자 할 수 있는 운동들(헬스, 수영 등)과 오금희를 비교해보면, 헬스는 10분이 지나면 지루해지기 시작해서, 내가 지금 이 운동을 마쳐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를 계속해서 찾고 있는 한쪽 마음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다른 쪽 마음이 운동을 마칠 때까지 갈등한다. 아니면 그 갈등을 잊기 위해 딴 생각이나 다른 곳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다음에 하려 할 때는 무의식 중에 그 갈등과 그를 인내해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싫어 시작하기를 두려워한다. 큰맘 먹고 시작하더라도 나는 어찌 그리도 중간에 마쳐야만 하는 당연한 이유를 잘도 찾아내는지 원. 적어도 인내심이 약한 내 경우에는 그랬다. 수영도 마찬가지로 계속 왔다 갔다만 하는데 1-20분이면 지루해지고 또 갈등한다. 수영장에 쭉쭉빵빵이 안 보일 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오금희는 우선 시작만 하면 약40분을 인내심이라는 덕목의 스트레스 없이 땀내며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순간 순간 다른 동작들이 하는 사람의 관심을 새롭게 이끌어 내어 지루하지 않고 다음에 무슨 동작을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 없다. 시동만 걸면 아무런 고민 없이 쭉 40분을 좋은 경치를 끼고 여행하는 느낌으로 할 수 있다. 아침에 하다가 회사를 지각한 적이 있을 정도로 중도에 마치기가 무척이나 힘든 운동이다.
나는 뭘 하든지 지루하면 딱 질색이다. 뭐든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오금희는 운동의 평등 배분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오금희처럼 몸의 구석 구석까지 모든 부위를 공평하게 자극을 시키는 운동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헬스, 보디빌딩은 몸의 폼(?)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운동을 시킨다. 그래도 괜찮은 것 하나 런닝마쉰이 있기는 하나, 극도의 빈익빈 부익부 운동이라 말하고 싶다. 검도는 오른발만 죽도록 고생시킨다. 또 두 손은 죽도를 잡고 있어야 하므로 앞으로 수갑을 채운 모양으로 묶인채 운동을 한다. 어깨 한번 뒤로 젖혀 볼 기회가 없다. 정말로 몸의 균형적인 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기는 하나 그래도 무척 재미있다. 상당히 균형적인 운동이라면 수영이 있기는 하나 오금희처럼 전체적이지는 못하다. 반면에 오금희는 몸의 전 부위, 전후 좌우 상하 더 나아가 몸 속까지 공평하게 운동을 시키는 것도 모자라, 영원한 운동의 미 혜택 부위로 남아있는 혀, 입 속, 이빨까지 운동을 시킨다. 참말로 빈부의 격차가 가장 적은 사회주의식 평등 분배 복지원칙이 철저히 적용된 운동이 아닌가 싶다.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사는 화전민까지도 철저히 찾아내어 복지 혜택을 주려는 것 같다. 중국 역사의 요순 시절이 이러했을까 싶다.
셋째, 오금희는 편리하다. 오금희는 장비, 시간 및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수영의 필요 조건은 따뜻한 날씨 또는 실내수영장, 수영빤스, 물안경 등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되어 주어야 할 수 있고, 헬스 같은 운동은 운동기구, 운동복, 운동화가 필요하다. 합기도는 상대나 적어도 샌드백이 있어야 재미있고, 검도는 죽도와 상대나 적어도 때릴 타격대라도 있어야 재미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하나도 필요 없는 것이 오금희이다. 특히 나처럼 여행을 자주하는 사람에게는 챙겨야 할 물건 하나 줄이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인지 모른다. 여행시 호텔방에서 복장에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나에게는 이점이 참으로 좋다.
넷째, 오금희는 안전하게 잠을 깨우는 각성제효과가 있다. 아침에 잠에서 덜 깬 채 눈을 거의 감은 채로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오금희 밖에 없지 않나 싶다. 어떤 운동도 이 상태에서 시작하면 다치기 쉽상이라 생각한다. 눈을 거의 뜨지 못한 채로 침대에서 구르듯 내려와 예비공 서너 번만 하면 하품 하~~아, 눈물 쭈~욱, 방귀 뿌~우~웅(나는 배출공기 양이 많아서 소리가 길다) 몇 번하고 나면 잠이 깨며 눈이 떠진다. 내가 보장한다. 비몽사몽을 벗어나는데 5분 이상 걸리지 않는다고. 시차가 많은 나라에서 약속시간에 맞춰 일어나 잠을 깨는데 이처럼 좋은 것이 없는 듯 하다.
다섯째, 오금희는 에너지 소진식이 아닌 충전식 운동이다. 구기, 수영, 무술 등을 한참 신나게 하고 조금 지나면 몸이 노곤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오며 낮잠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오금희를 하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정신이 더욱 맑아져 하던 일을 더 할 수 있고, 나아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니 에너지 충전식 운동이라 하고 말하고 싶다.
이외에 더 많은 좋은 점들이 있겠으나, 이만한 좋은 점들만 있다고 하더라도 억지로라도 배운 오금희를 잘 배운 것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단점 또는 부작용(?)도 몇 가지 있다. 여담이긴 하나 다른 운동과 비교해서 많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오금희는 중독성이 있다. 마약이다. 시작해서 몇 번 몸이 시원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다음엔 절대 멈추지 못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한번 해 보고, 해서는 몹쓸 운동이라고 생각되면 되도록 빨리 끊어라. 중독되면 중도에 끊기는 아마 마약보다 힘들 것 같다. 한 선배님은 익산에서 매주 올라오신단다. 내 감히 판단하건데, 이 분은 이젠 보통사람(?)으로 살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오금희 중독상태가 중증으로 판단된다.
오금희는 전염성이 있다. 오금희를 시작해서 덕을 좀 본 사람들은 그 좋은 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침 튀기며 말하기 시작한다. 당신도 오금희 빨리 시작하라고 안달을 한다. 조심해라.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신이 번잡한 길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하며 당신에게 접근하는 분들이나, 전철 안에서 ‘**천당 **지옥’을 크게 외치며 끝에서 끝까지 도보광고 하시는 분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오금희道’가 새로 생긴 종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오금희는 멀쩡했던 사람을 뻔뻔스러운 사람으로 만든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시간만 있으면 공간만 있으면 오금희 동작을 한다. 공원이든 전철이든 남들이 보던 말던 자기 몸 푸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안중무인이 된다. 혹자는 사우나에서 빨게 벗고도 한다고 하더라. 광인이라 오해 받기 딱 좋다.
다들 너무 좋아서 하는 행동들이라고 생각한다.
주절 주절 몇 가지를 써 보았지만, 내가 해본 오금희를 한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오금희는 우선 재미있고, 몸을 전체적으로 균형적으로 건강하게 해주며, 하는데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고, 장비가 전혀 필요치 않는 정말 괜찮은 운동이다’ 라는 것이다.
효과는 토장국에 밥과 같이 생활 에너지와 건강을 주고, 편리하기로는 입안의 상쾌함을 위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꺼내 먹을 수 있는 껌이나 민트 같은 성격의 운동이다.
오금희를 대학 은사님께 소개 시켜 드렸다. 선생님은 수련기를 거의 다 읽어 보셨다는데, 선생님께서 원하시던 분위기와 운동 같다고 말씀하시며 곧 시작하셔야 되겠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수련기에 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시며, 화타가 술로 마취를 시키고 외과치료를 하신 분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화타도 술을 좋아했을 것이란다. 그래서 아마 오금희를 하는 사람과 술은 끊을 수 없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보신단다. 내 혀는 점점 독주에 더 매력을 느낀다. 중국 백주, 러시아 및 북유럽의 보드카, 독일 쉬냅스, 멕시코 데낄라, 이태리 그라파, 터어키 라키, 그리스 우조 등등 모두 40도를 넘는 내가 참말로 사랑하는 술 들이다. 와인, 꼬냑 등 멋스러운 술들은 왠지 내 혀를 자극하지 못한다. 내 혀는 내가 귀족스럽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한 선배님은 오금희의 동작을 서예와 비유하시며, ‘멈추는 것은 가려는 뜻을 지니고 있고, 가는 것은 멈추려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서법과 일맥 상통해서 오금희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우 와! 멋있는 표현이다. 나는 10대에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서예에 푹 빠져 살았었다. 그런데 내 머리는 그 기나긴 세월의 관심을 그것에 집중했으면서도 그런 멋진 수사하나 표현하지 못하나. 나의 무능을 자책한다. 그런 멋스러움이 참 부럽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내 몸의 부분 부분에 붓글씨라는 예술의 감각이 녹아있다는 것을. 오금희도 내 방식대로 몸에 물리적 접착식 붙임이 아닌, 세포 하나 하나에 융화작용을 일으켜 녹여 스며들게 할 것이다. 단지 다른 점이 조금 있다면 붓글씨 등이 몸의 부분 부분에 녹아져 있다면, 오금희는 온몸 구석 구석 전체에 스며들 것 같다. 새빨간 토마토처럼. 오금희로 물들면 무슨 색깔이 나올지 모르겠다.
오금희를 하며 인종은 달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과 정신 수양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르단 페트라를 여행하며 만난 이란인 요기와의 긴 이야기, 인도의 힌두교와 젠 신자들과의 이야기 등 많은 사람들과 오금희를 소재로 행위명상에 대해 재미난 애기를 했다. 약학박사인 이란의 절친한 한 고객이 요즘 중국의 역경과 태극권 등에 심취해 있다고 해서, 오금희를 소개해 주니 자신이 찾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 하며 다음에 한국에 오면 도장에 꼭 와 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오금희를 배우며 개인적으로 학습법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무엇인가를 배움(운동, 언어, 예술 등)에 있어서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현재의 그 수준으로, 되는 대로 계속 반복해서 내 몸 속의 세포 하나 하나가 실행을 통해서 습득, 아니 습관이 되도록 하고, 틀린 점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때 그때 하나씩 하나씩 고쳐나가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그 어떤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것. 이 점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좋으나, 완벽 하지 못함을 자책하며 내 스스로 쌓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오래 지속할 수 없게 만든다. 나처럼 인내심이 약한 사람은 특히 그렇다. 언어도 그렇다. 말하기를 주저하면 절대 못 배운다. 틀린 말도 우선 입을 통해서 내뱉으면 내 스스로 고치기도 하고 남들이 고쳐주기도 한다.
오금희 배울 때도 틀린 동작을 자만(?)하며 자랑스럽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동기가 선배님들이 다들 한마디씩들 거드신다. 안 거들면 거들라고 강요도 해 본다. 그렇게 하며 많이 배웠다.
배움의 단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어떤 것이든 높은 단계에 올라본 사람은 다른 것도 빨리 오르는 법을 안다. 나는 현재의 직업 외에 붓글씨를 제일 오랜 시간 배워본 것 같다. 붓을 잡는 법을 배우고, 똑바로 세워 베껴 쓰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붓 털 올들의 꼬임 상태와 종이와의 접촉상황을 느끼고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 정도의 단계까지 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 단계를 지나 藝로 道로 승화시키지는 못하고, 術을 짓다가 그만 두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직업은 그 단계보다는 조금은 윗 단계인 것 같다. 오금희는 이제 붓을 잡고 그리는 방법(아직은 쓴다고 볼 수 없다.)을 배운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멀고도 먼 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머나먼 보이지도 않는 끝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이미 온 길을 자족하며 현재를 기뻐하며 나가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 첫발부터 만족이고, 하고 있는 현재는 항상 즐겁다. 그렇게 하면 모든 순간 순간이 만족으로 채워진다. 난 단순해서 무슨 일을 해도 스트레스 받으며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그래서 그것이 자만의 형태일지라도 만족으로 채우며 나아간다.
여러 측면에서 오금희는 나에게 때론 보약으로, 때론 한잔의 차로, 민트로, 생활 속의 마실 물로서 작용하여 내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 참, 하나 더, 피곤할 때 노곤하게 편안함을 주는 한잔의 술로도.
끝으로, 오금희를 통해 만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특히,14기 우화등선 팀, 함께 살아갈 동지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많이 기쁩니다. 우리 모두 함께 미래를 건강한 미래로 걸어갑시다.
생각나는 대로 궁시렁 거리듯 쓰다 보니 글이 참말로 길어져 버렸습니다. 요약하는 법도 좀 배워야겠습니다. 화타조사께서 수많은 도인술을 오금희로 집약시킨 것처럼.
오금희를 하면서 베푼 것은 없고, 많이 배우고 많이 받기만 한 것 같습니다. 빚을 졌습니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