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75기 조연향
추천받다
2011년 연측성사경이라는 진단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쇠심줄처럼 뻣뻣해진 내 몸을 치료해 주시던 분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셨다. 좀 나아져서 문밖출입이 가능해지면 화타오금희를 해보라며 집에서도 혼자 따라할 수 있게 전 과정을 시연한 파일을 건네주셨다. 그 당시에는 몸에 작은 자극이 주어져도 뇌성마비처럼 온 몸이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킬 때였고 통증과 싸우느라 그런 날은 전혀 올 것 같지 않아 그저 건성으로 “그럴 수 있으면 좋지요” 하며 웃어넘겼다.
시작하다
2017년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생각이 나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라도 이룰 것처럼 야심차게 시작을 했지만 겨우 두 번 참석 후 천식과 호흡곤란으로 입원을 하게 되며 중단을 하게 되었다.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스테로이드 장기복용으로 갑상선 기능이상 등 내분비 질환과의 씨름으로 지쳐갈 때 즈음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안부를 물어오는 전화를 받았다. 수강료도 다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솔깃하기도 했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줄 때문에 내 반응은 시큰둥하여서 무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는데도 꾸준히 전화로 매번 개강 소식을 전하시는 그분의 성의에 드디어 용기를 내어 2018년 봄 75기로 재도전을 하게 되었다. 반년 넘게 전화를 하신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박부회장님이시고 회장님의 부인이시라는 것은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교재 앞부분에 훤히 나오는 것을 대체 난 뭘 읽은 건지.
연속된 사건
3월 시작 그리고 4월19일 발등이 부러졌다. 화타오금희뿐만 아니라 밴드로 스트레칭도 하고 서울대에서 6070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다리에 근육이 생긴다고 주위에 자랑하던 참이었다. 내 욕심이 앞서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마음이 저만치 뛰어가느라 미처 몸을 못 챙긴 때문인지, 아직 때가 아니니 좀 쉬어가라는 얘기인지 등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9주의 깁스로 인한 공백은 치명적이어서 도저히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때도 따뜻한 부회장님께서 행여 포기할까 걱정하시며 개인과외선생님을 구해주셔서 대충 흉내 내기에 성공, 초급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형편없는 제자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으셨을 정해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중급 때는 제대로 해야지 했지만 웬걸, 이번엔 발가락이 부러졌다. 발등에서 발가락으로 내려왔으니 다음엔 더 이상의 골절은 없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미 한번 겪었던 일이라 흠 뭐 짜증은 좀 났지만 의연하게 웃어넘기고 흉내 내기의 달인답게 중급심사까지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래, 난 잔나비 띠니까!
또 다시 시작
내게 묻는다, 화타오금희를 시작하면서 어떤 기대를 했는지.
처음 시작할 때 안내책자에 올려있는 수련기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다짐했었다.
- 그분들에게 나타난 변화나 증상의 호전이 내게도 당연히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하지 말 것
- 오롯이 그분들의 이야기이지 그것이 곧 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것
- 그 어떠한 변화도 기다리거나 혹은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지 말 것
- 아무 소득이 없을지라도 계속 이어나갈 것
8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루하게 질병과 싸우면서 수없이 이 병이 왜 생겼는지,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캐묻고,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찾았던 나로서는 어찌 보면 자기방어였을 수도 있지만 그저 하다보면 안한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믿음 하나만 가지고 시작하고 싶었다. 두 차례의 사고와, 뼈가 붙었다싶으면 스스로에게 위로휴가를 주느라 자주 빠지기까지 하면서도 계속 오금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떠한 기대나 희망을 갖는 대신 포기하지만 않도록 하자는 다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일 년을 마치며 내게 묻는다. 화타오금희를 했더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비록 연습은 게을리 해도 월요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싶은 마음과 이젠 순서대로 동작의 명칭도 외우고 싶고 어쩌다가 한번쯤은 한자로도 써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올해도 여전히 잦은 여행으로 출석률은 저조하겠지만 중급을 마스터하고 내년엔 지도자반을 하겠다는 꿈도 감히 꾸게 되었고 집에서 일없이 맘에 드는 동작을 하기도 하며, 서울에 있는 동안은 월요일엔 모든 일정에 화타오금희가 최우선이 되었다.
(아, 지켜 봐오신 권이신 선생님께서 몸이 부드러워지고, 냉기가 많이 빠져나갔다고 말씀하셨다.)
초급과 중급심사를 통과하였지만 이제는 제대로 하기 위해 초급반과 중급반을 다시 듣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는 수련이라기보다는 흉내 내기에 급급했으니 이제는 수련을 하기로. 또 다시 시작이며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 일 년 동안 함께한 도반들과 지도해주신 회장님과 지도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75기 조연향
추천받다
2011년 연측성사경이라는 진단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쇠심줄처럼 뻣뻣해진 내 몸을 치료해 주시던 분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셨다. 좀 나아져서 문밖출입이 가능해지면 화타오금희를 해보라며 집에서도 혼자 따라할 수 있게 전 과정을 시연한 파일을 건네주셨다. 그 당시에는 몸에 작은 자극이 주어져도 뇌성마비처럼 온 몸이 뒤틀리고 경련을 일으킬 때였고 통증과 싸우느라 그런 날은 전혀 올 것 같지 않아 그저 건성으로 “그럴 수 있으면 좋지요” 하며 웃어넘겼다.
시작하다
2017년 인터넷 검색 중 우연히 생각이 나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라도 이룰 것처럼 야심차게 시작을 했지만 겨우 두 번 참석 후 천식과 호흡곤란으로 입원을 하게 되며 중단을 하게 되었다.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스테로이드 장기복용으로 갑상선 기능이상 등 내분비 질환과의 씨름으로 지쳐갈 때 즈음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안부를 물어오는 전화를 받았다. 수강료도 다 날렸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솔깃하기도 했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줄 때문에 내 반응은 시큰둥하여서 무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는데도 꾸준히 전화로 매번 개강 소식을 전하시는 그분의 성의에 드디어 용기를 내어 2018년 봄 75기로 재도전을 하게 되었다. 반년 넘게 전화를 하신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박부회장님이시고 회장님의 부인이시라는 것은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교재 앞부분에 훤히 나오는 것을 대체 난 뭘 읽은 건지.
연속된 사건
3월 시작 그리고 4월19일 발등이 부러졌다. 화타오금희뿐만 아니라 밴드로 스트레칭도 하고 서울대에서 6070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다리에 근육이 생긴다고 주위에 자랑하던 참이었다. 내 욕심이 앞서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마음이 저만치 뛰어가느라 미처 몸을 못 챙긴 때문인지, 아직 때가 아니니 좀 쉬어가라는 얘기인지 등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9주의 깁스로 인한 공백은 치명적이어서 도저히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이때도 따뜻한 부회장님께서 행여 포기할까 걱정하시며 개인과외선생님을 구해주셔서 대충 흉내 내기에 성공, 초급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형편없는 제자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으셨을 정해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중급 때는 제대로 해야지 했지만 웬걸, 이번엔 발가락이 부러졌다. 발등에서 발가락으로 내려왔으니 다음엔 더 이상의 골절은 없으리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미 한번 겪었던 일이라 흠 뭐 짜증은 좀 났지만 의연하게 웃어넘기고 흉내 내기의 달인답게 중급심사까지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래, 난 잔나비 띠니까!
또 다시 시작
내게 묻는다, 화타오금희를 시작하면서 어떤 기대를 했는지.
처음 시작할 때 안내책자에 올려있는 수련기를 읽으면서 다음과 같이 다짐했었다.
- 그분들에게 나타난 변화나 증상의 호전이 내게도 당연히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하지 말 것
- 오롯이 그분들의 이야기이지 그것이 곧 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것
- 그 어떠한 변화도 기다리거나 혹은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지 말 것
- 아무 소득이 없을지라도 계속 이어나갈 것
8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루하게 질병과 싸우면서 수없이 이 병이 왜 생겼는지, 무엇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캐묻고, 어떤 치료법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찾았던 나로서는 어찌 보면 자기방어였을 수도 있지만 그저 하다보면 안한 것 보다는 나을 거라는 믿음 하나만 가지고 시작하고 싶었다. 두 차례의 사고와, 뼈가 붙었다싶으면 스스로에게 위로휴가를 주느라 자주 빠지기까지 하면서도 계속 오금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떠한 기대나 희망을 갖는 대신 포기하지만 않도록 하자는 다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일 년을 마치며 내게 묻는다. 화타오금희를 했더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비록 연습은 게을리 해도 월요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싶은 마음과 이젠 순서대로 동작의 명칭도 외우고 싶고 어쩌다가 한번쯤은 한자로도 써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올해도 여전히 잦은 여행으로 출석률은 저조하겠지만 중급을 마스터하고 내년엔 지도자반을 하겠다는 꿈도 감히 꾸게 되었고 집에서 일없이 맘에 드는 동작을 하기도 하며, 서울에 있는 동안은 월요일엔 모든 일정에 화타오금희가 최우선이 되었다.
(아, 지켜 봐오신 권이신 선생님께서 몸이 부드러워지고, 냉기가 많이 빠져나갔다고 말씀하셨다.)
초급과 중급심사를 통과하였지만 이제는 제대로 하기 위해 초급반과 중급반을 다시 듣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까지는 수련이라기보다는 흉내 내기에 급급했으니 이제는 수련을 하기로. 또 다시 시작이며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 일 년 동안 함께한 도반들과 지도해주신 회장님과 지도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