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소파에 늘어져 있던 딸이 생각없이 툭 던졌다.
“아빠, 아고... 답답~~하다”
엉덩이를 쳐들고 두 손으로 땅바닥을 짚는가 싶더니 고개를 처박고 몸을 웅크려 다리 안쪽으로 팔을 쭉 뻗는가 했는데 또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려앉는 등 내가 취한 알 수 없는 동작들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웅부신요’ 장면일까. 어느새 내 엉덩이를 줌업, 카카오톡 가족 단톡방에 올려놓고 낄낄댔다.
그럴 만 했다. 나는 이미 몇 해 틈만 나면 서재에서 붓을 잡고 당 초기 서예가 저수량의 법첩집 등을 임서하고 있었으니 그의 눈에는 오죽 답답할까 싶었다.
“너는 속 터질지 모르지만 나는 좋기만 한데?”
‘노느니 염불한다’는 요량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북아현동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첫날 ‘화타오금지도해’를 받았지만 책꽂이에 꽂아놓고 들여다본 기억도 그리 많지 않다.
초급 때는 정환락, 중급에 올라가서는 박윤선 선생님을 따라 굼뜬 몸을 어렵사리 움직였을 뿐인데 1년을 꼬박 보내니 어느새 화타오금희는 이상범, 광우스님-그는 워낙 절 살림이 바빠서 중간에 쉴 수밖에 없었다-, 김선영 등 동무들처럼 친구가 됐다.
오금희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언제 어디서고 불러내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스페인, 노르웨이로 떠났던 가족여행에서도 숲과 공원에서 오금희는 내 곁에 있었다. 안달루시아에서는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단봉조양 일부 동작을 돌리는데 경찰 순찰차가 한동안 멀찌감치에서 이상한 놈(?)을 감시하다 떠나기도 했고, 노르웨이 숲에서는 온갖 풀과 나무, 새들과 함께 하나가 됐던 경험이 있다.
추석연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아파트단지 한 쪽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공간을 맞닥뜨리는 순간 ‘여기가 딱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오금희가 떠올려졌으니 이미 나는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된 셈이다. 누가 특별히 권면한 것도 아닌데 제 발로 북아현동 화타문 굉도원 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인연으로 화타오금희가 그렇게 내게 왔고 이제 식구가 됐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문득 송 유학자 주희(1130~1200)의 시 ‘우음’ 가운데 한 구절이 떠올랐다.
‘연못가 봄 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댓돌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소리를 낸다.’
“아빠, 아고... 답답~~하다”
엉덩이를 쳐들고 두 손으로 땅바닥을 짚는가 싶더니 고개를 처박고 몸을 웅크려 다리 안쪽으로 팔을 쭉 뻗는가 했는데 또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려앉는 등 내가 취한 알 수 없는 동작들에 대한 첫 반응이었다. ‘웅부신요’ 장면일까. 어느새 내 엉덩이를 줌업, 카카오톡 가족 단톡방에 올려놓고 낄낄댔다.
그럴 만 했다. 나는 이미 몇 해 틈만 나면 서재에서 붓을 잡고 당 초기 서예가 저수량의 법첩집 등을 임서하고 있었으니 그의 눈에는 오죽 답답할까 싶었다.
“너는 속 터질지 모르지만 나는 좋기만 한데?”
‘노느니 염불한다’는 요량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북아현동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첫날 ‘화타오금지도해’를 받았지만 책꽂이에 꽂아놓고 들여다본 기억도 그리 많지 않다.
초급 때는 정환락, 중급에 올라가서는 박윤선 선생님을 따라 굼뜬 몸을 어렵사리 움직였을 뿐인데 1년을 꼬박 보내니 어느새 화타오금희는 이상범, 광우스님-그는 워낙 절 살림이 바빠서 중간에 쉴 수밖에 없었다-, 김선영 등 동무들처럼 친구가 됐다.
오금희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언제 어디서고 불러내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스페인, 노르웨이로 떠났던 가족여행에서도 숲과 공원에서 오금희는 내 곁에 있었다. 안달루시아에서는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단봉조양 일부 동작을 돌리는데 경찰 순찰차가 한동안 멀찌감치에서 이상한 놈(?)을 감시하다 떠나기도 했고, 노르웨이 숲에서는 온갖 풀과 나무, 새들과 함께 하나가 됐던 경험이 있다.
추석연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아파트단지 한 쪽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공간을 맞닥뜨리는 순간 ‘여기가 딱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오금희가 떠올려졌으니 이미 나는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된 셈이다. 누가 특별히 권면한 것도 아닌데 제 발로 북아현동 화타문 굉도원 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인연으로 화타오금희가 그렇게 내게 왔고 이제 식구가 됐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문득 송 유학자 주희(1130~1200)의 시 ‘우음’ 가운데 한 구절이 떠올랐다.
‘연못가 봄 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데 댓돌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