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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오금희

정회원 수련기

임 일 성
아내와 난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호흡이 잘 맞았다. ‘얼씨구’ 하면 ‘지화자’였고 호불호가 일치하는 찰떡궁합의 천생연분이라고 요량 없이 생각을 해왔다. 허나 어찌된 일인지 오 금희 여사의 난데없는 등장으로 부부 사이에 이견이 생겨 충돌이 벌어졌다.

아내가 오금희에 푹 빠져 있을 때 “당신이 정말 오금희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아내가 하는 화타오금희 동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니, 그렇게 어정쩡한 춤이 무슨 운동이 돼, 내가 보니 아픈 사슴과 힘 빠진 호랑이가 엉거주춤 기어가는 것 같네, 오금희 안해!”

폭탄 선언을 하고나서 우린 오금희를 두고 동과 서로 갈리었다. 그 뒤로 1년 이상 지나도록 아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간혹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마다 난 “당신 포기해, 오금희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난 헬스도 있고, 골프도 있고, 시간나면 애들과 테니스를 치면 되고....”

학생 때부터 운동장에 살면서, 각종 운동을 무척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내의 말을 들어줄까 하다가도 멀리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다가 한 순간에 넘어진 남자가 된 사연은 이렇다. 지방에 계신 아버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뇌 일부의 노화로 점점 힘을 못 쓰고 어머니 간병 신세를 꽤 오래 지다가 이젠 너무 힘들어 요양병원으로 옮겨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병문안을 갔다가 오는 길에 불현듯 나의 뇌리를 스치고 묘한 충격파가 지나갔다.

자꾸만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가시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내 앞에 암흑 같은 커텐이 가로막고 혼돈이 닥쳐왔다. 그렇다면! 아, 그렇다면. 나도 나중에 아버지처럼 될 수도 있다? 절대 아니야, 노년에 아내를 고생시키는 남편이 되면 안 되지.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난 아내에게 로켓트 발사 선언을 했다.
“여보! 오금희 다음 개강일 알아봐줘!” 아내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내 입에서 오금희가 튀어나오는지 사실 나도 어리둥절했다. 아내는 소원이 풀어졌다고 진심으로 좋아했다. 나에게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예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2008년 4월 12일. 드디어 오금희 37기의 막이 올랐다. 예비공이 끝나고 오금희의 맛을 조금씩 보자 대지 위에 두 발을 굳게 디디고 우주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평범한 운동이 아님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거다! 오금희여 평생 나와 함께 가리라! 오금희는 초장에 내 심장 속으로 들어온 새로운 박동기가 되어버렸다.

토요일에 중요한 행사가 많아 여러 번 빠지면서도 오금희 끈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천천히 갈지라도 포기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배운 곳까지 매일 연습을 했다.

가장 먼저 아침이 달라졌다. 실컷 잔 것 같은데도 더 자고 싶어 일어나기 싫어하는 나의 구겨진 몸이 우선 달라진 것이다. 이젠 아침에 일어나 오금희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오금희를 하고나면 봄에 새싹이 돋는 듯 하루의 시작이 순수해지고 기운이 솟아오르니 오금희는 나의 몸과 마음을 매일 아침 리프레슁하는 생명의 젖줄임에 틀림없다.

생활 자세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됐고, 내 몸을 소중하게 사랑하는 법을 습득했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시작하는 오금희는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생명의 종소리이다. 시들어지는 생체리듬을 깨우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육신을 위한 기도이자 수행의 도구로 삼고 있다.

예비공은 세상에 나오기 전 태아의 움직임으로 나는 받아들이고 싶다. 단봉조양은 유년기, 금계부단은 소년기, 대붕전시는 왕성한 청년기, 공작개병은 원숙한 청장년기, 희작등지는 노련한 장년기, 단봉조양은 노년기, 수공은 아름다운 마무리라 생각하며 동작을 해본다. 마지막 선호배월이야 말로 속세를 초월한 모습의 높은 경지에 다다른 완성미를 보여줌으로서 아름다운 생명의 참의미를 새기게 한다. 이러한 사이클은 자연의 순환과 더불어 매시간, 매일, 그리고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이렇게 오금희가 나의 골수까지 깊숙이 스며들면서 오직 희망만을 심어주는 새 생명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육체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수가 많은데 오금희는 육신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운동이고, 빨라야만 두근거림이 없는 세상에서 오히려 느림을 통해 깊고 먼 울림을 주는 운동이니, 나는 가장 행복한 생명의 길을 가고 있다. 바로 오금희는 꺼져가는 세포 속의 크렙사이클을 되돌리는 생명의 물레방아이다.

자연은 스스로 재생하려는 성질이 있으므로 육체와 정신의 문제 역시 저절로 좋아져야 한다. 자연은 스스로 생성한다. 따라서 현대의학에서 생명현상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헤쳐 인체의 비밀이 많이 풀렸지만, 가장 상위에 앉아 있는 것은 역시 자연이다. 오금희를 통해 이 자연을 매일 닮아가는 나는 숲 속의 동물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아니 그렇게 살고 싶은 것이다.

오금희로 하루를 열고,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며 내일의 또 다른 오금희를 생각한다.
아침의 균형, 하루의 안정, 그리고 영원 속의 오늘의 조화를 체득하게 하는 오금희와 함께 내가 살아있음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한 가지 더 감사한 일이 있다. 자주 만나고 싶어도 서로 바빠 그러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오금희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롭고 커다란 행복이었다.

바른 길로 안내해주시고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오금희는 생명이다고 크게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