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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오금희

정회원 수련기

이 동 현
지난 1년간 화타오금희 www.ogeumhee.com 초중급 과정을 마친 소감입니다.

첫째, 마음을 비워가며 그간 스쳐 지나쳐갔던 삶의 가치들을 챙겨보게 됐습니다.
둘째, 전반적으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낍니다. 운동시간이 부족한 바쁜 와중에도 화타오금희를 하면 몸이 금세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든든합니다.
셋째, 오묘한 동양적 신체관에 대한 무지를 깨닫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년의 수련기간은 제 신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아버지가 노환으로 별세하시고 어머니도 기력과 기억력이 부쩍 떨어지셨습니다. 제 일에만 빠져 어머니를 제대로 살펴드리지 못한 지난날을 회한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노화는 자연 섭리인지라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합니다. 저 역시 곧 그 과정을 밟게 될 것입니다. 화타오금희는 중년의 사추기(思秋期)에 마음을 비우면서 젊은 시절 제가 미처 살펴보지 못한 가치들을 하나하나 챙겨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급해하거나 화를 내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다른 사람 말도 경청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 하루에 한차례 마당에서 화타오금희를 하는 시간이 제가 유일하게 운동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운동을 빠트리는 날도 적지 않지만 말입니다. 처음에 화타오금희를 요가와 스트레칭을 겸한 체조로 알아 근력운동이나 달리기 등을 보완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자체로 완벽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수련 중반기에 가서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타오금희의 유현(幽玄)한 그 무엇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아직 멀었습니다. 중급 과정을 겨우 끝낸 지금 시점으로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동작을 받아들이는 운동 신경이 남달리 덜 발달된 데다가 신체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감각도 뒤진 편이라 꾸준하게 운동하는 길 이외는 별 도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 특별하게 아픈 데가 없기 때문에 화타오금희를 하면서 신체의 어떤 부위가 급격하게 호전된 경험은 없었습니다. 대신에 저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올해 집안 우환이 겹쳐 있었고, 낮에 어머니와 함께 사무실에 출퇴근하면서 새벽에 제가 집필하는 책을 마무리해야 했기에, 하루 수면이 3~4시간도 되지 않는 날이 오래 지속됐습니다. 저는 이제껏 이렇게 잠을 덜 자면서 생활한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몸이 견뎌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몸이 가볍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화타오금희가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체험을 이유로 화타오금희를 운동이 부족한 수험생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습니다.

화타오금희 84개 동작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하나만 꼽으라면, 목을 돌리면서 혀를 상반된 방향으로 돌리는 <선유녹경>을 택하고 싶습니다. <선유녹경>을 처음 배울 때 제 혀가 얼마나 굳어있었는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생각은 말로 하는 것이고 말은 혀로 하는 것입니다. 혀가 그토록 굳어 있었다면 생각은 또 얼마나 완고했겠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몸만 아니라 정신도 함께 이완시켜주는 것이 화타오금희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실 화타오금희를 배우기 전까지 사무실 앞 헬스클럽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하곤 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면서도 관장님의 친절한 지도로 운동기구 사용법을 하나씩 배우고 근력을 키워나가면서 런닝머신 위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처음 의욕과 달리 운동한지 4년쯤 지나자 아침부터 바싹 긴장해서 운동에 몰입하는 과정이 부담이 됐습니다. 관장님 지도가 무색하게도 헬스에서 고단한 강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으로 말이죠. 당연히 운동에 진척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헬스장내 요가 강습도 받아봤습니다만 부족함은 채워지지 않더군요. 어떤 정신적 리셋(reset) 기능까지는 수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타오금희를 하면서 그런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심신을 겸비한 완성도 높은 운동이라는 심증을 갖게 된 배경입니다.

화타오금희 동기생 중에는 동양철학, 한방, 기공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휴식시간의 대화 소재도 자연히 동양의 전통적 신체관에 쏠리게 마련입니다. 저처럼 장사만 해온 사람에게는 귀동냥하는 것만으로도 신세계에 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제6기 안덕진님을 통해 경혈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분께서 어머니에게 침을 놓아주신 이후, 상태가 꽤 호전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서 수련 도중에 틈틈이 설하시는 짧은 법문도 동양적 가치에 허기를 느끼고 있는 제게는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화타오금희를 단순히 체조로 알고 시작했던 저에게 이 모든 것들은 망외의 소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화타오금희를 모르시는 분은 기공 수련 단체와 흡사한 것으로 여기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화타오금희는 여느 단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운영 방침이 있는 듯합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여유로움과 비영리성입니다.

처음 운동하러 왔을 때 차와 떡을 권하시는 모습이 생소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운동할 때 뭘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고 편한 상태에서 체조를 시작합니다. 흔히 도장이라면 '교주'의 카리스마와 도제식 위계가 엄격한 질서를 낳게 마련입니다. 운동하기도 전에 어떤 규율의 편입을 맹목적으로 요구받게 되는 부담이 입문자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타오금희 도장에는 그런 타율적 복속이 부재합니다. 그 여유로움과 개방성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겸손하게 대하시는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섬김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한 화타오금희는 '상표'를 남발하지 않고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가맹점 모집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저 실천 가능한 범위에서 하나하나 초석을 쌓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제79대 전수 제자이신 회장님과 부회장님은 화타오금희가 널리 보급되기를 바라면서도 인위적으로 광고하지는 않습니다. 통상적 마케팅 방식을 따를 경우 바로 자본 증식 논리에 편입되어 화타오금희 체형과 가치가 훼손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저희 기수는 정천영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드리면서도 화타오금희 운영철학을 이해한다면 이분의 자발적인 헌신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저는 앞으로 화타오금희를 친구 삼아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또 누구에게나 화타오금희를 권하는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이 귀한 인연을 맺어주신 친우 김석동형께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