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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오금희

정회원 수련기

조 현 신
대학 친구들과 놀러간 바닷가에서 였다. 하룻 밤을 이야기로 거의 새우고, 아침은 누룽지를 끓여 먹고 게으름을 피고 있는데 미선이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단다. 자기가 어떤 운동도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이 운동은 정말 너무 잘 맞는다면서. 그리고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뒤 돌아서서는 기본공, 화타 오금희 등의 생소한 단어를 쓰면서 따라하란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면서, 팔을 펴서 올리고 내리는, 섬세하면서 이름까지 즐거운 동작을 따라하면서 이 운동은 나도 평생 동안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펴 올리면서 몸속의 생기가 선명히 느껴졌기 때문이고, 무언가 몸이 되살아 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흰 원숭이가 과일을 바치고, 사슴이 먼 곳을 쳐다본다는 등의 그 이름들이 신기했다.

2011년 겨울 끝자락에서 2012년 2월까지의 일년, 어스름 저녁이 깔린 양재동의 한 강당에서 배운 화타 오금희는 매번 그 이름에서 그 동작에서 즐거움과 함께 몸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손을 올리고 내리는 동작, 몸을 구부리고 피면서 근육이 당겨지면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몸의 변화가 신기했다. 빠른 운동 동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내 몸의 변화에 대한 또렷한 인식이 다가와서일 것이다. 서양의 운동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어려운 사자성어 속에 들어간 동물들의 동작을 인간이 따라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도, 또한 비인비전이라고 하던 동작이 멀리 대만에서 한국에 까지 와서 내게 당도했다는 것도 고마웠다.

원장님의 동작을 처음 눈여겨 보던 때의 감격 또한 생생하다. 남자의 동작이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구나. 이 이야기를 미선이에게 하니, 부원장님의 동작 또한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단다. 부원장님의 화타 오금희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대만에서 제자들이 와서 보여주던 동작의 기품. 뿌옇게 나와 식별이 잘 안되지만 사진 속의 장경영 선생님이 보여준 내공은 훈련이 경지에 이르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보여준 사진이었고, 매번 영화에서만 보던 액션의 실제를 본 것 같았다. 중간에 매번 우리에게 차를 끓여 주시던 선배들. 이름도 모르는 채 그냥 얻어 마시기만 하다가 졸업을 하니.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매번 이렇게 하루하루의 일상은 바쁘고, 무엇인가를 놓친다.

그렇게 바쁘고 경황이 없는 것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도, 화타 오금희는 내 몸속에 자리 잡았으니 놓칠리도 없고, 사라질리도 없다. 중급반 때 찬찬히 다시 반복한 한 동작 한동작의 시작과 끝. 시선의 위치, 그리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동작의 비밀 같은 것만 좀 더 자세히 알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결석이 잦았다.

같이 시작한 회원들의 얼굴이 많이 환해지고 맑아졌다. 그들처럼 내 얼굴도, 내 파트너의 얼굴도 맑아졌을까? 나의 변화를 눈으로는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피로감도 줄었고, 몸이 탁하다는 느낌도 많이 줄었다. 기분이 무거워 꼼짝하기 싫다가도, 못할 것 같이 기운이 쳐져서 갔다가도, 원장님을 따라 한 동작 한 동작 하다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덩달아 기분이 맑아진다. 구부러지고 펼쳐지는 그 동작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 즐겁고 몸이 가벼워지니 화타 오금희의 일년 동안의 수련이 내게 준 결과는 정말 고맙고 귀한 것이다.